Life in Okinawa

오키나와 촌놈의 맛집 추천, 타카에스 소바(高江洲そば) 본문

[먹거리] Gourmet

오키나와 촌놈의 맛집 추천, 타카에스 소바(高江洲そば)

오키나와 촌놈 2020. 3. 21. 21:00

#1 오키나와 소바는? 

소바(そば)는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입니다. 근데 이 소바가 오키나와에 오면 약간 특성이 다른 소바로 바뀌게 돼요. 같은 면인데 메밀이 아닌 밀가루를 사용하거든요. 그래서 오키나와에서 소바를 얘기한다면 거의 다 밀가루를 사용하는 오키나와 소바(沖縄そ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오키나와에는 소바라고 적힌 식당이 무척 많은데요, 대부분이 오키나와(식) 소바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비주얼은 마치 한국의 칼국수랑 비슷한 거 같아요.

이전 스토리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전 에피소드 보기) 오키나와에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해외는 대만, 중국, 한국 정도인데요, 그러다 보니 이 오키나와 소바도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 식당에서 중국인 요리사가 밀가루 면요리를 만든 것이 시초가 됐다고 하는데요, 그 후 미국과의 전쟁이 일어나 이런 식당들은 많이 파괴되었지만 미군 원조물자로 들어온 밀가루는 여전히 충분하였기 때문에 다시 오키나와 소바를 파는 식당이 늘어났다고 하네요.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스토리 같은데...? 그렇습니다. 부산의 대표적인 음식인 밀면도 바로 미군 원조물자로 들어온 밀가루의 영향이 컸었죠. 이런 의미에서 부산의 밀면과도 유래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사견이지만 특성면에서는 제주도의 고기국수랑도 비슷한 거 같아요. 제주도와 오키나와는 비슷한 점이 참 많은데요, 사골의 깊은 맛이 우러나는 대표적인 국수 음식이 있다는 것도 그중 하나일 것 같네요.

코레구스(제일 왼쪽)와 시치미(제일 오른쪽)

아참 오키나와 소바를 먹을 때는 호불호가 워낙 갈리는지라 한국분들은 보통 코레구스나 시치미를 뿌려서 드세요. 둘 다 매운맛을 더해주는 양념이라고 보시면 돼요. 참고로 고추를 아와모리(오키나와 술)에 절여서 만든 코레구스(コーレーグス)의 코레(コーレー)는 고려라는 뜻이에요. (갑자기 형이 거기서 왜 나와...??) 오키나와 촌놈도 고추는 조선시대에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알고 있었는데 오키나와 로컬 식품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코레구스를 설명하면서 고려라는 단어가 적혀 있더군요~ㅎㅎ (서프라이즈~) 뭐 일본에서 은근 고려는 잘 알려져 있으니 그렇게 쓰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고추의 종자를 조선에서 가지고 들어왔다는 일본의 문헌도 있다고 하니... 그리고 그때는 고려 후추라고 불렀다는데... 어쨌든 뭐가 우선이고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맛있으면 장땡이고, 이름에 '고려'가 들어가 있다 보니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네요! 참고로 코레구스를 넣으면 술을 조금 뿌려서 먹는 중국의 탕면 요리와 비슷한 맛이 난답니다.

#2 순두부 소바 전문점, 타카에스 소바(高江洲そば)

자 이제 오늘의 맛집을 소개해드릴게요. 오늘은 오키나와 음식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오키나와 소바'를 파는 음식점이랍니다. 오키나와 소바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곳은 순두부를 넣어주는 유시토후 소바(ゆし豆腐そば)가 유명한 곳이에요.

이곳은 나하시 옆에 위치한 우라소에시에 있어요. 보통 북부에 갈 때 58번 국도를 이용하거나 고속도로를 이용하게 되는데 이곳은 58번 국도와도 가깝고 니시하라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와도 가깝기 때문에 둘 다 이용하기 편리해요. 구글맵에서 한글로 '타카에스 소바'라고 치시고 그냥 찾아가시면 됩니다.

식당은 위에 보시는 빨간 간판으로 찾으셔야 돼요. 저 간판 말고는 딱히 눈에 띄는 것도 없고 그나마 식당 입구도 차들이 시야를 가리고 있어서 제대로 온 건지 긴가민가 할 때도 있어요. 그리고 주차장이 식당 앞에 말고도 건물 바로 옆에 있긴 한데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는 손님들이 많아서 주차를 위해 한두 바퀴 도는 경우도 허다하니 식사 시간을 잘 고려하셔서 방문하시길 바래요. 일단 주차에 성공한 후에 입구로 가게 되면 '일요일은 쉽니다~'라고 딱 적혀 있으니 일요일에는 절대 가지 마세요~

들어가기 전 사람이 많으면 대기번호를 받아야 돼요. 본인 이름을 적고 기다리면 이름을 친절하게 불러줘요. 입성에 성공하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실내가 한눈에 들어와요. 안내해주는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보며 주문하시면 끝~

메뉴는 매우 단조로운 편이고 영어로도 표기되어 있어요. 메뉴는 오키나와 소바, 소키(갈비뼈 부위) 소바, 나카미(내장) 소바, 유시토후(순두부) 소바 등이 있어요. 근데 이곳은 아무래도 유시토후(순두부) 소바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키나와 촌놈과 와이프는 나카미 소바와 유시토후 소바 한 그릇씩을 시켰답니다. (이날 따라 왜 그렇게 나카미 소바가 땡기던지...) 그리고 참고로 이곳은 양이 조금 적은 편이니 평소보다 한 사이즈 크게 주문하실 것을 추천드려요^^

역시 인기 소바집이라 유명인들이 많이 왔다 갔나 보더라고요. 비록 오키나와 촌놈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겨울에는 대부분의 일본 프로 야구팀들이 오키나와를 찾다 보니 유명 야구 선수들도 가끔씩 오나 보더라고요. (옆에 분들 하시는 얘기를 토대로...^^) 알 수 없는 싸인들을 보고 '와~ 싸인 많다'라고 영혼 없이 얘기하고 있던 찰나에 소바가 드디어 나왔어요.

타카에스 소바의 대표 메뉴 유시토후 소바(왼쪽)와 나카미 소바(오른쪽)

두둥~ 비주얼 참 곱죠. 나카미 소바는 내장탕이나 순댓국 느낌도 살짝 나서 비주얼이 뭐 그냥 아주 쌈박하네요~ㅎㅎ 오키나와 촌놈은 먹기 전 우선 앞에서 말씀드렸던 코레구스와 시치미를 항상 넣어요. (아무래도 좀 더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편이다 보니...) 나카미 소바는 고기들 씹는 재미(?)가 있어요. 반면 유시토후 소바는 입에서 순두부가 사르르 굴러다녀요. 개인적으로 해장하기에는 유시토후 소바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키나와 소바에는 보통 입맛에 따라 코레구스, 시치미, 베니쇼가(붉은 생강 절임)을 넣어 먹음

오키나와 소바를 드신 한국분들이 자주 하시던 말씀이 '짜다! 너무 짜! IC 짜! X라 짜네! 이게 음식이냐 소금물이냐!' 등등이었거든요. 오키나와 촌놈도 백퍼 공감하며 짜지 않은 소바를 찾아다니고 있는데 이곳의 유시토후 소바는 간이 정말로 적절하게 잘된 것 같아요. (순두부의 영향인가?) 암튼 오키나와 촌놈은 그렇게 짜지 않고 얼큰하게 한 그릇 뚝딱 해치웠어요.

#3 식사 후 산책은 핵소 고지로~

오키나와 소바가 밀가루 면이다 보니 먹고 나면 은근 배가 더부룩해요. 그럼 소화 좀 시켜야 되겠죠? 소바집이 위치한 우라소에시에는 한 번쯤은 들어 본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은근) 유명한 장소가 한 군데 있어요. '이게 오키나와에 있어?', '그냥 영화 제목 아니야?'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그곳은 바로 '핵소 고지'입니다.

타카에스 소바와 멀지 않은 우라소에 대공원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이곳은 말 그대로 핵소라는 이름을 가진 고지대입니다. 혹시 '핵소 고지'라는 영화 보셨나요? 한국에서도 3년 전에 개봉했었는데요, 우리 씩씩한 마음씨(Brave Heart)를 가진 멜 깁슨 형아가 감독을 맡은 영화로도 화제가 됐었어요.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 벌어졌던 오키나와 전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오키나와의 핵소 고지랍니다. 영어로는 'Hacksaw Ridge'라고 하는데 주인공이자 실제 인물이었던 데스몬드 도스의 이름을 따서 'Desmond Doss Point'라고 부르기도 해요. 

잠시 영화 얘기를 살짝 한다면... 데스몬드 도스는 의무병으로 오키나와 전투에 참전해 무기 없이 수많은 사람들로 구한 전쟁 영웅이에요. 전쟁 영웅이라고 불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을 한 명도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비폭력주의자인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믿고 사람을 살리는 데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거죠. 이게 실화라니 정말 소름 돋지 않으신가요? 전쟁 중에 어떻게 저런 신념을 지킬 수가 있을까요? 사람들이 옆에서 다 죽어가고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핵소 고지에 가시면 몸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드실 거예요. 더불어 이곳의 일본 이름은 '마에다 고지(前田高地)'라고 하는데 일본인들조차 잘 모르더라고요~ㅎㅎ 신기하게도 핵소 고지는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들이 일본인들보다 오히려 더 많이 찾는 장소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미군 선배의 실화이기도 하기 때문에 개봉 후에는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더 많은 미군들이 이곳을 찾았다고 하네요.  

오늘은 우라소에시에 있는 타카에스 소바에 대해서 알려드렸어요. 오키나와 소바는 당연히 오키나와에서 가장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애석하게도 한국분들의 입맛에는 호불호가 극명한 음식이기도 해요. 그래서 오키나와 촌놈은 그나마 간이 덜 짜고 특색 있는 타카에스 소바를 오늘 소개해드렸어요. 물론 이것도 짜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그럴 때는 물을 살짝 넣어주시면 돼요. 근데 문제는... "여긴 얼음물만 주네?????" 이럴 땐 용기를 내어 물을 가리키며 'No Ice'를 한 번 외쳐보시길 바랄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코로나 바이러스도 정말 조심하세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