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Okinawa

오키나와 류큐왕국의 심장 슈리성, 그리고 일몰(Sunset) 본문

[일상생활] Daily Life

오키나와 류큐왕국의 심장 슈리성, 그리고 일몰(Sunset)

오키나와 촌놈 2020. 3. 26. 21:30

#1 오키나와의 태양은 강하다.

구시카와 성터 옆 천연 바다 풀

현재 오키나와 촌놈은 며칠 째 등이 따가워서 요양 중에 있답니다. 월욜에 인어 친구와 함께 지난번 소개해드린 구시카와 성터 옆 천연 바다 풀에 다녀왔거든요. (이전 에피소드 보기) 선크림은 발랐지만 좋은 날씨에 삘이 꽂혀서 수영복 바지 하나만 입고 2시간 정도 놀았더니 다음 날 후유증이 매우 크네요... 1시간 정도 놀다 보니 물이 차갑게 느껴져서 바람에 몸 좀 말린다는 것이 그만... 정말 말 그대로 몸을 바싹 말려버리고 말았어요. 등은 뱀처럼 탈피 진행 중이고 뒷목은 아직도 뜨끈뜨끈 거리네요. 앞으로는 최소 래시가드라도 챙겨 입어야 될 것 같아요. 다친 등짝은 그나마 알로에 수딩젤로 달래고 있어요...ㅠㅠ

#2 오키나와의 하늘은 아름답다.

오키나와의 여름이 멀지 않은 것 같아요. 벌써 26도라니... 기온이 이번 주부터 확~ 오른 느낌이 있어요. 이번 주에 비 예보도 있긴 하지만 오키나와 날씨는 워낙 변화무쌍한지라 일기예보는 그냥 참고용이에요. 정확한 날씨는 당일에야 비로소 알 수 있어요. 날씨가 좋으면 바다가 자연스레 생각나는 것이 오키나와 라이프인지라 오키나와 촌놈도 살짝 바다를 구경하고 왔어요. 공항 근처 우미카지 테라스에 가봤는데 역시나 하늘이 죽여줘요~ 우미카지 테라스에 앉아 맥주 한 잔 하고 싶었지만 부릉부릉 구루마땜에 실패...ㅠㅠ

잠깐 우미카지 테라스 얘기를 좀 하자면 이곳은 참 계륵 같은 존재예요.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경치 죽이는데... 멀지도 않은데... 근데 차가 없으면 가기 불편해서 맥주 한 잔도 제대로 못한다는 거~ 우미카지 테라스가 있는 세나가지마 초입에는 경찰서도 있다는 거~ 그래서 "맥주 한 잔 정도는 괜찮아~"라고 생각했다가 운이 나쁘면 바로 철창행 직행열차도 탈 수 있다는 거~ (농담 아니고 주변에 그렇게 되신 분이 있어요...ㅠㅠ) 카를로스 곤의 닛산 사건을 알고 계신 분들이라면 일본의 사법 제도가 어떤지 잘 알고 계실 거라 믿어요. 경찰서에 잡혀 가면 변호사고 나발이고 뭐 이런 거 생각할 틈도 없이 휴대폰 압수당하고 바로 철창행임돠~ㅋㅋ 카를로스 곤은 그나마 돈과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니 나름 편의를 봐준 건데 그래도 인권이 개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물론 음주운전은 명백한 위법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그리고 나중에 통역도 불러주긴 하는데 그땐 이미 탈탈 털린 후일 거예요. 렌트카 회사에서 일하는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자동차 픽업하러 올 때 이미 술냄새 풍기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고 해요. 아마 비행기에서 가볍게 한 잔 하셨겠죠. 근데 정말 운이 없으면 음주운전으로 걸릴 수도 있으니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라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3 류큐왕국의 심장, 슈리성

아름다운 바다를 뒤로 하고 지금부터는 언덕으로 가볼게요. 과거 류큐왕국 시절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슈리성에 갈 건데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일본의 국보이기도 한 이곳은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요. 근데 슈리성은 불행히도 작년에 화재로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어요...ㅠㅠ (거의 전소됨) 항상 친구들이 오면 데리고 갔었는데 화재가 난 후로는 가본 적이 없어서 오키나와 촌놈도 궁금했었거든요. 그래서 슈리성에 도착해서 지하에 주차를 하자마자 바로 정전이 있는 곳까지 직행했답니다.

올라가는 길에서부터 정전이 참담하게 불에 탄 모습이 보이더군요. 뭔가 하늘이 너무 아름다우니 대조적으로 더 슬픈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정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따로 내야 되거든요. 근데 하필 메인이자 유료지역인 정전 등이 대부분 소실되었더라고요. 이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죠. 그 말 즉슨 슈리성으로 벌 수 있는 수입이 엄청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뜻이고, 오키나와현의 세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죠. 그래서 오키나와의 대형 슈퍼나 길거리에서는 아직도 슈리성 복원을 위한 모금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일본 정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오키나와라서 지원을 제대로 받지도 못할뿐더러,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하네요. 왠지 사견이지만 Give & Take의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슈리성 복원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새롭게 짓고 있는 헤노코 미군기지에 대한 양보를 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담으로 작년에 이전 오키나와현 지사가 암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새롭게 도지사를 뽑는 선거가 있었어요. 표면적인 사망 이유는 암이었지만 중앙 정부로부터의 집단 따돌림(이지메 문화)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가 암과 사망의 주요 원인이라는 도 있었어요;; 그만큼 오키나와의 정서는 아직까지 일본 본토의 정서와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최소한 지금까지는 말이죠...^^)

슈리성은 나하 시내에서도 가까워 모노레일로도 가볍게 와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참으로 안타깝네요. 근데 그것보다 더 슬픈 것은 슈리성은 오키나와의 상징이라는 거죠. 일본 본토에 편입되기 이전의 독립국이었던 류큐왕국의 심장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화재를 지켜보던 주민들 중에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울기만 한 시민들이 꽤 많았다고 하네요. 마치 남대문이 불탔을 때의 한국인들의 심정이랑 비슷했을 것 같아요. (오키나와 촌놈도 너무 슬퍼서 회사 회식도 취소했던 기억이...ㅠㅠ) 한국인이 불 질렀다 등등의 유언비어가 역시나 이번에도 나돌긴 했었지만 오히려 오키나와 사람들이 먼저 "뭔 X소리야?"와 같은 어이없는 반응을 보이시더군요. 뭐 그냥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그런 못난 사람들이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할 따름이고, 무엇보다 그만큼 제대로 된 화재의 원인도 아직 못 찾아냈다는 게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4 슈리성은 일몰(Sunset) 포인트

메인 건물들이 불에 타서 들어갈 수가 없으니 다른 곳 위주로 구경해야 되겠죠? 슈리성은 성벽에 오를 수가 있는데 이곳은 나름 일몰(Sunset) 포인트로 유명한 곳이에요. 그래서 일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오키나와 촌놈도 슬그머니 올라가 봤어요. 근데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외국 관광객들은 거의 없었어요. 일본 본토에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더군요. 그래서 오키나와 촌놈은 은근 더 불안했어요~ㅋㅋㅋ 올림픽 연기가 확정된 상태라 이제 본격적으로 일본도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수를 늘리고 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늘리자마자 계속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네요;;

이곳은 고도가 높아서 나하 시가 한눈에 들어와요. 중간에 가장 높은 빌딩들은 오모로마치역 부근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날씨가 좋으니 멀리 케라마 제도 국립공원까지도 볼 수 있었어요. 근데 불탄 슈리성에서 일출도 아니고 일몰을 바라보고 있으니 뭔가 들뜬 마음보다는 차분한 마음이 더 많이 들었어요. "류큐왕국의 상징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슈리성이 불에 탈 때 오키나와 사람들의 기분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 해보게 되었어요.

(동영상) 슈리성의 일몰(Sunset)

참고로 슈리성은 이미 미국과의 태평양 전쟁 당시에도 한 번 파괴된 적이 있어요. 복원된 지 20년도 안되었는데 이렇게 다시 화재로 소실되다니... 복원될 때까지는 또다시 긴 세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네요. 오키나와의 역사만큼이나 우여곡절이 참 많은 안타까운 장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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