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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Daily Life

제28회 오키나와 마라톤(沖縄マラソン) 맛보기

오키나와 촌놈 2020. 2. 17. 18:00

#1 제28회 오키나와 마라톤 (沖縄マラソン) 

오키나와에서는 2월 16일(일)에 오키나와 마라톤 대회가 열렸습니다. 오키나와에는 오키나와도 있는데, 오키나와 마라톤은 바로 이곳 오키나와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대회입니다. 대략 동쪽 바다에 접해 있는 오키나와 종합운동공원에서부터 시작해서 카데나 미공군 기지 등을 거쳐 종합운동공원으로 되돌아 오는 코스입니다. 코스 중간에 오키나와 최대 쇼핑몰 라이카무(Rycom)도 지납니다. 바로 이곳이 중요한 이유는 전 이번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친구들을 바로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ㅎㅎ 

2020 오키나와 마라톤
2020 오키나와 마라톤 코스. 오르막 내리막이 많은 것이 코스의 특징

일단 저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참가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 이유는 제가 마라톤에 너무너무 자신이 없기 때문이죠~ㅎㅎ 모든 운동을 다 좋아하는 편인데 유독 오래달리는 것과는 인연이 없는 것 같네요. 그리고 예전에 허리를 한 번 다쳐서 오래 달리거나 무리한 운동은 피하고 있어요. 평소에 조깅을 할 때도 아주 간단하고 짧게만 뛰기 때문에 10km 마라톤조차도 저는 두렵네요^^ 그래서 마라톤하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로 리스펙트!!

암튼 전 이번에 한국에서 오는 동생 한 명과 여기 살고 계신 형님 한 분이 출전하셔서 자동차 도라이바의 자격(?)으로 대회장소를 방문하였습니다. 일단 대회 하루 전에 오키나와 종합운동공원을 방문해서 번호표를 받아야 되는데, 나하공항에서 고속도로로 달리면 1시간도 안 걸릴 거리를 저희 셋은 톨비 아낀다고 중간에 국도로 내려왔다가 교통체증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죠. 1시간 30분 만에 도착했더니 역시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번호표받으러 오신 분들이 굉장히 많더군요. 참가하는 한국사람들은 약 14명 정도였는데,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국적 대신 거주지가 표시되니 아마 더 많은 한국사람들이 참가했을 수도 있겠네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참가를 포기한 사람이 더 많았을 수도 있구요^^) 암튼 번호표 후다닥 받고 나하로 돌아와서 다음 날 완주를 위해 참가자 2명과 맥주로 전의를 불태웠습니다.

오키나와는 오리온 맥주~

대회 당일은 차량 셔틀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2명 전부 픽업하고 바로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셔틀버스 탑승장소로 고고!! 아 그리고 대회 당일의 도로통제와 교통체증을 고려해서 주최측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셔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어요. 저희는 탑승지점 중 하나인 ‘라이카무'라는 오키나와 최대 쇼핑몰을 선택했었는데요, 7시쯤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줄 서 있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어요. 일행 2명과 빠빠이한 후 수면보충 차원에서 자동차로 향하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참가하는 동생한테 전화가 와서 뜬금포로 돈이 없다고 하네요;; (뭔소린지...) 알고 보니 락커 이용료가 500엔!! 이리저리 잘 뒤져서 500엔 겨우 찾아서 냈다고 하는데 같이 간 형님은 500엔이 없어서 그냥 체육관 바닥에 짐놓고 뛰었다는 후문이...ㅠㅠ 왠지 500엔 안 가지고 간 사람들이 꽤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한국은 참가비 낼 때 다 포함시켜 준다고 하던데...!! 암튼 일본 마라톤에서는 이런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래요~

라이카무(Rycom)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참가자들

이번 대회는 노쇼(No-Show)가 꽤나 많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우한 다음으로 발생자가 많은 프린세스 다이아몬드 크루즈선은 오키나와에도 2월 1일에 기항했었습니다. 그때 친구랑 국제거리에 술 마시러 나갔었는데 외국인들이 엄청 많아서 왠지 불안한 마음에 한국식당에서 한 잔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한국식당은 거의 현지인들만 오니까요^^ 암튼 그때 승객이 하선 후 탑승했던 택시 중 한 대에서 감염이 발생해서 택시 기사 한 분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정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오키나와 첫 감염자라서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래서 신청했던 사람들 중 일부가 취소하거나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번 바이러스는 정말 무섭네요;;

12,321명이 참가해서 약 81% 가량이 완주한 2020 오키나와 마라톤

#2 그 시각 자동차 셔틀인 오키나와 촌놈의 근황은? 

오키나와 촌놈은 차에서 조금 졸다가 라이카무가 오픈하는 10시에 맞춰 커피나 한 잔 하러 맥도널드로 마실을 떠났습니다. 마라톤이 참 길더군요. 그래서 그 긴 시간 저를 달래준 건 바로 NBA 올스타전 덩크 콘테스트!! 아쉽게도 고든은 이번에도 명승부 끝에 2등을 차지했어요...ㅠㅠ NBA 보다가 날씨를 확인해 보니 마라톤 시작할 때 분명 25~26도였는데 기온이 16도까지 떨어졌더군요... 몇 시간 만에 이렇게 기온이 극적으로 떨어지는 것도 참 오랜만에 봤네요. 비도 내리고 바람도 엄청 강하게 불고... 몇 시간 후 마라톤 완주의 위업을 달성한 2명의 용사들도 벌벌 떨면서 돌아왔습니다...ㅠㅠ 다행히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3개씩 흡입하니 바로 완주자의 여유를 되찾더군요~ㅎㅎ

지루한 시간 친구가 되어 준 맥도널드와 NBA^^

#3 뒤풀이는 아메리칸 빌리지?

일단 라이카무와 멀지 않은 아메리칸 빌리지로 가서 목욕 후 간단히 맥주 한 잔 하기로 했습니다. 온천이 어찌나 좋던지... 나오기 싫었네요. 아메리칸 빌리지는 자주 오는 곳이지만 언제 봐도 웨스턴 느낌이 팍팍!! 맨날 크리스마스 분위기라고나 할까...?? 참가자 2명은 맥주부터 찾습니다~ㅎㅎ 저도 맥주가 무지 땡기긴 했지만 현재 도라이부를 책임지고 있기에 일단은 메론소다로 목을 적신 후 나하로 돌아가서 한 잔 하기로 했습니다. 노곤한 하루였지만 나름 참가자 2명이 완주했고, 저도 무사히 셔틀 임무를 완수할 수 있어서 뿌듯한 하루였네요~ㅎㅎ 

이곳은 차탄에 있는 아메리칸 빌리지

#4 오키나와 마라톤은 먹방이다?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나 철인경기만 해도 1년에 거의 40개가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여기서 말하는 오키나와는 오키나와현으로 이시가키섬, 미야코지마, 이에섬 등의 주변섬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대회가 전부 독특하고 이색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해마다 일본 본토뿐만 아니라 한국/중국/대만/홍콩 등지에서도 많은 마라토너들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2020년 오키나와현 마라톤 대회 일정 - http://www.runnersbible.info/DB/DB47.html)

오키나와 마라톤은 어린이부터 학생, 어른까지 모두가 즐기는 지역축제의 성격이 강함

예를 들어 10월에 열리는 이헤야 문라이트 마라톤은 이헤야섬이라는 곳에서 개최되는 대회로서 해가 질 무렵에 시작한다는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회 이름도 문라이트(Moonlight) 마라톤이며 태양을 피하고 싶으신 분들께 특히 추천드리고 싶네요~ㅎㅎ 그리고 무엇보다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마라톤들은 지역축제의 성격이 강해서 주민들의 응원이 상당히 꿀잼이기도 하죠. 춤과 노래는 기본이고, 뛰고 있는 참가자들에게 음식을 엄~~청 많이 준다는 게 핵심 포인트!! 한 예로 미니 수박을 통째로 주셔서 음료를 대신해 수분 보충을 하게 한다든지, 심지어는 오키나와 소바를 제공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마라토너가 러닝 중간에 소바를 먹고 있다든지 하는 장면(?)도 간혹 포착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라톤을 완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이 더 쪘다는 농담을 하시는 분들이 꽤나 계세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오키나와 사람들을 볼 때면 뭔가 한국의 '정'과 비슷한 따뜻함을 느낄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저 많고 다양한 음식들을 위해 제가 마라톤 대회에 출전할 수는 없겠죠??ㅎㅎ 저는 그냥 간단한 조깅으로만 달리는 것으로... 필요하다면 대회장까지 자동차 셔틀만 하는 것으로... 그리고 뒤풀이 인원 부족하면 옵션으로 잠시 끼는 정도로... 그렇게 마라톤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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