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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Daily Life

오키나와에서 타코야키(たこ焼き) 만들기

오키나와 촌놈 2020. 2. 24. 10:30

#1 넣었노라, 구웠노라, 익었노라!

오늘은 얼마 전 오키나와 촌놈이 지인들과 함께 한 타코야키 파뤼~에 대해서 적어 보겠습니다. 생전 처음 해보는 타코야키라 많은 기대를 품고 앞치마를 둘렀습니다. 초대받은 입장이어서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일단 테이블 센터에 자리를 잡은 후 철판 데우기부터 타코야키 굽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려고 했으나... 의외로 타코야키 뒤집기에서 지나친 모티베이션으로 인한 체력 방전. 그 후로는 계속 의자에 앉아서 굽게 됐네요. 그래도 만들어 보니 의외로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새로운 재료들로 계속 신선한(?) 시도를 하게 되더라고요. 선을 넘는 남자가 될 줄이야... 암튼 성공과 실패를 넘나들며 걸작을 남기겠다는 일념 하에 매우 열심히 구웠지만 회심의 재료가 실패로 끝나는 바람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버렸네요. 회심의 재료는 잠시 후에...^^

타코야키 최고의 요리비결 시작
일반 타코야키 굽기(왼쪽), 한 줄은 일반 타코야키로 다른 한 줄은 계란 타코야키로 굽기(오른쪽)

우선 재료는 아름답게 준비해둬야 굽기가 수월해져요. 문어는 잘 손질해두고 그 밖의 재료들도 신속하게 넣을 수 있도록 준비해두면 출동 완료!! 물론 반죽도 미리 해둬야겠죠? 일단 저 타코야키 철판을 무진장 뜨겁게 데워야 해요. 어중간하게 뜨거우면 잘 익지도 않을뿐더러 모양이 엉성하게 되더라고요. 저희가 사용한 철판은 30개를 한꺼번에 구울 수 있는 것이었는데 철판을 뜨겁게 달궈놓다 보니 땀이 뻘뻘 나더군요. 애써 "다이죠부데쓰~"를 남발하며 덥지 않은 척 계속 구우면서 준비한 재료들을 하나씩 넣어 봤습니다. 

문어와 소시지를 넣은 타코야키(왼쪽)와 김치와 소시지를 넣은 타코야키(오른쪽)

사실 타코야키는 이름 자체로만 보면 문어(たこ)가 메인이긴 한데 입맛에 따라 여러 가지 재료를 같이 넣어 먹어도 괜찮아요. 저희는 소시지나 김치도 넣었는데 의외로 이 재료들은 흔하게 사용된다고 하네요. 다만 식당에서는 메뉴로 사용하지 않고 집에서 먹을 때 개인 취향에 맞게 주로 넣어 먹는다고 하더군요. 특히 일본에서의 김치는 약간 단맛이 나기 때문에 타코야키에 넣어서 먹으면 상당히 맛있더라고요!! 근데 만들 때 비주얼이 좀... 뭐 난장판이라고 해야 되나요~ㅋㅋ 보는 사람들에 따라서는 오히려 색감이 더 화려하게 보일 수도...^^ 어쨌든 일단 처음에는 위에 보이는 사진들처럼 거의 철판 반, 반죽 반 상태예요. 여기서 타코야키가 조금 익기 시작하면 철판이 조금 깔끔해지는 느낌이랄까요...??

본격적으로 동그란 모양을 만들기 위해 삐져나온 잔챙이들(?)을 쇠수시개(?)로 제거
동그란 타코야키가 완성되기 직전의 모습

적당히 구워졌으면 쇠수시개(?)로 삐져나온 잔챙이들(?)을 제거해야 돼요. 그래야 동그랗고 예쁜 모양을 만들 수 있거든요. 잔챙이들은 긁어서 제거할 수도 있지만 그냥 타코야키 위에 얹어버려도 상관없어요. 그렇게 예쁘게 정리가 되면 바로 위의 사진처럼 뭔가 타코야키의 번데기 단계라고나 할까요?? 암튼 저런 모양을 갖추게 되는 거죠.

쇠수시개로 뒤집기

자 이제부터가 본격적으로 중요한 순간인데요, 그것은 바로 뒤집기!! 쇠수시개로 뒤집기 신공을 발휘해야 될 때입니다. 근데 이게 은근히 어려워요. 푹~ 쑤셔서 휙~ 뒤집는 건데 초반에는 많이 실패했어요. 막 찌그러지고 난리도 아니었죠. 인간은 역시 학습하는 동물이라는 게... 왜 찌그러져서 난리가 났는지에 대해 지인들과 원인분석을 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갔죠. 문제는 타코야키가 바싹 익지 않았다는 것!! 철판이랑 닿는 밑바닥 부분이 바싹 익었을 때 쇠수시개로 뒤집어야 모양이 잘 유지되면서 스무스하게 뒤집어진답니다. 학습효과가 금방 나타나서 후반부에는 거의 1쑤(시기)1뒤(집기)를 실현하면서 어깨뽕 만땅이 되었죠^^

#2 두둥~ 드뎌 시식의 시간

노동의 현장을 잠시 마무리하고 완성한 타코야키를 시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근데 제가 만든 거라서 그런지 참 맛있다...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사실 좀 애매한 맛이었네요. 하지만 김치 타코야키는 역시나 사스가(さすが) 맛있었어요. 약간 애매한 반응이었던 타코야키는 바로 오키나와 촌놈이 준비해 간 회심의 재료가 들어간 타코야키!! 나름 한국 청양고추를 다진 후 참기름에 버물려서 들고 갔었는데 역시나 여기는 일본인지라 매워서 인기가 없...(마상ㅠㅠ) 다행히 매운 거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같이 다 먹기는 했지만 회심의 재료 넘버원이 나가리가 된 순간 오키나와 촌놈의 자신감은 이미 수직하락 중~ㅎㅎ 그나마 위안으로 삼은 건 회심의 재료 투가 선방해줬다는 사실. 그것은 바로 초콜릿!! 초콜릿을 타코야키에 넣어 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이건 진짜 강추합니다!! 반응도 최고였고 실제 맛도 완전 따봉~ 가나 초콜릿 같은 거 하나 사서 타코야키 하나에 초콜릿 한 칸 정도 넣으면 딱 맞아요. You saved my life, Chocolate~^^ 

바삭하게 구워야 더 맛있는 타코야키

암튼 타코야키 시식하는데 호스트께서 이것저것 음식을 엄청 많이 같이 준비해 주셨네요. 음... 진짜 너무 많이 준비해 주셨는데 더 중요한 건 그 종류가 오도불(オードブル)을 포함해서 혼자서 준비하시기 벅찰 정도로 많았다는 거죠. 혼자서 전부 준비하셨다는데 못난이 타코야키 만들어 놓고 맛있는 음식 입에 넣으려니 참 송구스럽더라고요. 심지어 에어프라이어로 치킨까지 즉석으로 만들어 주시고... 그리고 게스트 한 분이 약 50cm 정도의 마구로(참치)도 들고 오셔서 다 같이 회도 썰어 먹었네요. 

호스트가 준비해주신 진수성찬, 틀린그림 찾기??

#3 소화가 필요해

오키나와 촌놈은 원래 대식가이지 음식물 쓰레기를 싫어하는 1인으로서 저 위에 있는 음식들을 깡그리 정복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저건 혼또니 무리데쓰~ 일단 배가 아야~ 할 수도 있으니 모두가 좀 쉬기로 했어요. 쉬는 시간에는 무엇을 해야 될까요? 2차전을 위해 캬베진을 먹어야 될까요? 저도 혼자서 뭘 해야 될지 고민하던 찰나에 바로 눈앞에서 노래방 기기 등장!!!ㅋㅋㅋ 일단 호스트께서 먼저 한 곡 시원하게 뽑아 주셨어요. 계속 저에게 한국 노래 한 곡을 종용하셨지만, 며칠 전 노래방에서 성대를 거의 버리다시피 열창한 결과 이날은 한 곡도 부를 수 없는 상태였어요. 참고로 그때도 이 멤버라서 모두가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더군요. 그래서 전 스윽 노래는 패스~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마저 쉬고 하나둘셋~

대신 전 2층에서 같이 온 지인의 딸과 함께 비눗방울 놀이를 했다죠. 거의 몇십 년 만에 하는 건지... 라떼랑 다르게 참 많은 종류의 비눗방울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초등학생으로 빙의해서 빈혈 오기 전까지 미친 듯이 비눗방울 불어서 만들었네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더니 금방 허기져서 다시 타코야키를... (이거 진심 무한반복인가??) 그리고 심지어 남은 음식들은 멤버 모두가 테이크 아웃해서 각자의 집으로 가져갔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타코야키 소화용 비눗방울 놀이

#4 오키나와 촌놈에게 타코야키 만들기란?

아주 짧은 시간에 성공과 실패를 맛보게 해 준 반전의 요리?? 타코야키는 장비와 도구만 있으면 언제든지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어요. 오늘 사용한 타코야키 철판은 너무 크니 시중에서 작은 거라도 하나 구입해서 수시로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죽도 그리 어렵지 않고 재료는 그냥 넣기만 하면 되니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을 것 같네요. 다만 재료는 정말 저 스스로를 계속 테스트하게 만들어서 새로운 재료들을 은근히 연구하게 될 것 같아요~ㅎㅎ 다음에는 김자반을 넣어서 만들어 볼까 생각중임돠~ㅎㅎ 제발 맛있어야 할 텐데...

끝으로 타코야키는 무엇보다 만드는 재미가 있어요. 아이들이 있으면 함께 만들어 먹어도 좋을 것 같고, 아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같이 만들어 먹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이번 파뤼~에서는 게스트들이 본인이 넣고 싶은 재료 한 가지씩을 반드시 들고 와야 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호스트가 게스트한테 미리 간단한 미션을 하나 던져 주면 타코야키 모임이 더욱 즐거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타코야키는 반드시 맥주와 함께 드시기를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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